
개별 종목, 그것도 주도주 중심으로 매매하는 제가 408쪽짜리 ETF 책을 주말 내내 붙들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 읽길 잘했습니다.
📋 책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제목 | 염승환의 ETF 완전 정복 — 100가지 질문과 답으로 끝내는 |
| 저자 | 염승환 (LS증권 이사) |
| 출판사 | 한스미디어 |
| 출간일 | 2026년 5월 |
| 페이지 | 408쪽 |
| 정가 | 24,000원 |
1. 솔직한 고백부터 — 나는 ETF와 어울리지 않는 투자자다

저는 주도주 투자자입니다. 시장을 이끄는 섹터에서 가장 강한 종목을 찾고, 신고가 돌파를 확인하고, 거래량을 보고 들어갑니다. 분산보다는 집중, 보유보다는 추세 추종. ETF가 추구하는 "시장 평균에 만족하기"와는 정반대 끝에 서 있는 투자법이죠.
그런 제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연금계좌 안의 돈은 주도주 매매를 할 수 없다. 연금저축과 IRP에 쌓여가는 돈을 어떻게 굴릴지가 몇 년째 숙제였는데, 결국 이 영역의 답은 ETF밖에 없습니다.
둘째, 코스피 7,000 시대에 주변에서 "뭐부터 사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개별 종목 매매를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자신 있게 건넬 수 있는 책 한 권이 필요했습니다.
그 두 가지 목적에 이 책은 모두 합격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세 번째 수확이 있었는데, 그건 글 후반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2. 서문에서 멈칫했던 비유 하나

책을 펼치자마자 서문에서 한 번 멈췄습니다. 저자는 투자를 요리에 빗대는데, 개별 종목 투자란 직접 장을 봐서 재료를 고르고 불 조절을 해가며 요리하는 일과 같다고 말합니다. 솜씨가 좋으면 근사한 요리가 나오지만, 재료를 잘못 고르거나 불 조절에 실패하면 망치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거죠. 반면 ETF는 검증된 셰프가 짜놓은 코스 요리에 가깝습니다.
이 비유가 와닿았던 건, 제가 매일 하는 일이 정확히 '직접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종목을 고르고(재료), 진입 타이밍을 재고(불 조절), 손절선을 잡는(간 맞추기) 그 모든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계좌가 상합니다. 저자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요리사가 될 필요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킬 뿐입니다. 이 균형 감각이 책 전체의 톤을 결정합니다.
3. '염블리'라는 이름값 — 저자에 대하여

염승환 이사는 설명이 필요 없는 분이죠.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으로 수많은 주린이들의 입문서를 책임졌고, 삼프로TV와 'ETF 아는 형' 등 유튜브에서 '염블리'라는 애칭으로 활동해온 LS증권 이사입니다. 부드러운 화법 뒤에 냉철한 분석이 있다는 게 이분의 강점인데, 이번 책에서도 그 장점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전작이 개별 주식의 기초를 다뤘다면, 이번 책은 같은 100문 100답 포맷을 ETF라는 주제로 옮겨온 것입니다. 포맷이 같아서 전작 독자라면 읽는 호흡이 익숙할 겁니다.
4. 구성 — 6부 100문 100답, 사전처럼 읽어도 되고 소설처럼 읽어도 된다

책은 6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흐름만 간단히 짚으면 이렇습니다.

1부(기초 개념) 는 ETF와 주식의 차이, NAV와 시장가격, 괴리율, 분배금, 수수료·세금 구조를 다룹니다. 솔직히 1부는 빠르게 넘길 생각이었는데, 괴리율과 추적오차를 다룬 대목에서 속도가 줄었습니다. 대부분의 ETF 책이 "괴리율이 크면 피하세요" 한 줄로 넘어가는 부분을, 이 책은 왜 발생하고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지 사례를 들어 풀어줍니다. 트레이더 입장에서도 복습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2부(유형별 분류) 는 주식형·채권형·원자재형부터 레버리지·인버스, 월배당, 환헤지·환노출까지 ETF의 전 유형을 훑습니다. 수천 개 ETF 앞에서 길을 잃은 분이라면 이 파트가 지도 역할을 해줄 겁니다.

3부(포트폴리오 설계) 가 이 책의 심장입니다. 종잣돈 100만 원의 사회초년생, 목돈을 굴리는 30~40대, 은퇴를 앞둔 5060까지 자산 규모와 연령대별로 구체적인 구성을 제시합니다. "분산투자 하세요"라는 공허한 조언이 아니라 "당신 상황이면 이렇게"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켜주는 방식인데, 이게 입문서로서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4부(실전 전략) 는 매수·매도 실무, 적립식 투자, 매매 타이밍, 손절 기준을 다룹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건 손절 기준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ETF 책 대부분이 "장기 보유하면 됩니다"로 손절 얘기를 회피하는데, 저자는 그렇게 도망가지 않습니다. 역대 폭락 사례와 이후 회복 데이터를 함께 보여주면서, 공황 매도가 왜 치명적인지를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설득합니다.
5부(테마 ETF) 는 AI·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리츠, 원자재 등 2026년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한 파트입니다. 섹터 로테이션과 금리 환경에 따른 채권 ETF 활용까지 들어 있어 현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6부(절세) 와 부록(커버드콜·액티브 ETF·연금 설계) 은 뒤에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게는 이 두 파트가 책값을 했기 때문입니다.
5. 책장에 포스트잇이 가장 많이 붙은 곳 — 이 책에서 건진 3가지

인사이트 1. 숫자 하나가 모든 논쟁을 끝낸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데이터 중 가장 강력했던 건 S&P500의 장기 성과입니다. 이 지수는 지난 수십 년간 연평균 약 10.8% 상승했고, 1990년에 1억 원을 지수 추종 ETF에 넣어뒀다면 2025년에는 약 36억 원이 되어 있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워런 버핏이 가족에게 S&P500 ETF를 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주도주 매매로 연 10.8%를 넘기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35년 동안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그걸 해내는 것과, 그냥 들고 있는 것 — 이 둘의 난이도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숫자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트레이딩 계좌와 별개로 '건드리지 않는 계좌'를 가져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사이트 2. 수익률이 아니라 '세후 수익률'이 진짜 성적표다

6부 절세 파트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일반 계좌에서 ETF 분배금을 받으면 15.4%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만, ISA 계좌에서는 만기까지 과세가 이연되고 비과세 한도 혜택까지 받습니다. 연금저축·IRP의 세액공제와 결합하면 장기 복리에서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저자는 숫자로 보여줍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저도 연금저축 계좌를 '가입만 하고 방치'해둔 상태였습니다. 6부를 읽다가 책을 덮고 증권사 앱을 열어 연금계좌 보유 내역을 실제로 들여다봤습니다. 책을 읽다가 앱을 열게 만드는 챕터는 흔치 않습니다. (세율과 한도는 제도 변경이 잦은 영역이니, 실행 전 각자 최신 기준 확인은 필수입니다.)
인사이트 3. 포트폴리오는 '정답'이 아니라 '나의 답'이다

3부에서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입니다. 20대에게 맞는 포트폴리오가 50대에게 맞을 리 없는데, 많은 투자자가 유튜브에서 본 남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복사하다가 변동성을 못 견디고 이탈합니다. 이 책은 답을 주는 대신 답을 찾는 프레임을 줍니다. 입문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6. 그리고 예상 밖의 수확 — 트레이더에게도 쓸모가 있었다

앞서 말한 세 번째 수확입니다. 부록의 커버드콜 ETF 파트를 읽으면서, 요즘 월배당 열풍을 타고 커버드콜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커버드콜은 구조상 상승장 수익이 제한되는 상품인데, 분배율 숫자만 보고 들어가는 자금이 많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시장 심리 지표입니다. 어떤 유형의 ETF로 자금이 몰리는지는 지금 시장 참여자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이고, 이건 주도주 트레이더에게도 유효한 정보입니다. ETF 자금 흐름을 보조 지표로 챙겨 봐야겠다는 숙제를 얻었습니다.
7. 아쉬운 점 — 별점을 깎지는 않았지만
균형을 위해 솔직하게 적습니다.

첫째, 100문 100답 형식의 양면성입니다. 검색성과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질문 단위로 끊기다 보니 심화가 필요한 주제가 간략하게 처리됩니다. 커버드콜의 장기 수익률 열화나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 손실(Volatility Decay) 같은 주제는 한 챕터를 통으로 할애해도 모자란데, Q&A 한 꼭지 분량으로는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구조를 오해한 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가 실제로 많은 만큼, 더 집요하게 다뤄줬으면 했습니다.

둘째, 국내 투자자 중심 설계라 해외 직투자에 대한 비중이 낮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직접 ETF를 매매하는 서학개미라면 운용사별 상품 비교나 해외 ETF 세금 처리 부분에서 갈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두 가지는 '국내 개인 투자자를 위한 ETF 입문·실전서'라는 책의 목적을 벗어난 욕심에 가깝습니다. 책이 하겠다고 한 일은 충실히 해냈습니다.
8. 이런 분께 권합니다

- ETF가 뭔지부터 배우고 싶은 완전 초보
- 직접 투자는 두렵지만 예·적금만 하기엔 아쉬운 분
- 이미 ETF를 사고 있지만 왜 사는지 설명 못 하는 분
- 연금저축·IRP·ISA를 가입만 하고 방치한 직장인 (← 접니다)
- 은퇴 후 월 현금흐름을 설계하고 싶은 5060 세대
반대로, 레버리지 ETF의 수학적 구조나 옵션 전략의 디테일까지 파고들고 싶은 중급 이상 독자라면 이 책은 출발점이지 종착점은 아닙니다.
9. 총평

『염승환의 ETF 완전 정복』은 제목이 과장이 아닌 드문 책입니다. 408쪽 안에 기초 개념부터 포트폴리오 설계, 실전 매매, 절세 전략까지 밀도 있게 담았고, 100문 100답 형식 덕분에 완독의 부담도 낮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ETF를 사라"가 아니라 "왜 사는지, 언제 파는지, 세금은 어떻게 지키는지" 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프레임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단순 입문서를 넘어섭니다.
주말 이틀을 들여 읽었고, 책장에는 포스트잇이 스무 장쯤 붙었으며, 읽고 나서 연금계좌를 실제로 손봤습니다. 책 한 권에 기대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종 평점: ⭐⭐⭐⭐⭐ (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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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저자 | 한 줄 이유 |
|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 염승환 | 같은 저자, 같은 포맷의 개별 주식 편 — 세트로 읽으면 완성 |
| 돈의 심리학 | 모건 하우절 | 이 책 4부의 심리 파트를 더 깊게 파고 싶다면 |
이 글이 ETF 투자를 시작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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